듣보잡 - 듣고 보면 잡소리

바람의 검심을 보면 이런 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메이지 유신, 막부 말, 유신지사, 사쓰마 조슈, 신선조 등등..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대강 짐작을 할 수 있어서 아마 보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소설,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본 작품을 보다 보면 이 시기를 다룬 작품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봐도 재미있지만 약간의 배경을 알고 나니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요.

최대한 간단하게 메이지 유신 전후를 정리해볼 테니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메이지 유신

우선 메이지 유신이 뭔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명치유신, 1868)이란 일본 메이지왕[明治王] 시절 막부 체제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를 이룩한 변혁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자주적 근대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갑신정변(1884), 갑오경장(1894)과 시기적으로나 성격으로나 비슷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초기 자본주의가, 정치적으로는 입헌정치가 성립되었고 문화적으로 근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세계는 선진 자본주의 열강이 제국주의의 기틀을 마련하던 시기입니다.
1867년 대정봉환을 통해 천황이 통치권을 차지함으로써 천황을 중심으로 한 통일국가가 되어 국제적으로 제국주의에 편승하게 되는 시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추억편에서 켄신이 키요사토(토모에의 약혼자)를 베고 왼쪽 뺨에 상처를 입던 해가 1864년입니다.
※ 본편의 시작은 메이지 유신(1868) 이후 약 10~11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시대 흐름

막부를 알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좋습니다.

막부(幕府)란, 쇼군을 중심으로한 무사 정권 혹은 군부 정권을 뜻합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장군의 진영'이란 뜻)
막부의 최고 권력자인 쇼군은 장군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천황이 존재하긴 했으나 실질적인 지배자는 쇼군이었습니다.
대략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 막부시대가 이어집니다.
가마쿠라 막부(1192) /  무로마치 막부(1338) / 도쿠가와 막부(1603)

위처럼 막부는 크게 셋으로 구분하는데요 무로마치 막부와 도쿠가와 막부 사이엔 전국시대가 존재합니다.
전국시대는 아마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요.
전국시대 -> 도쿠가와 막부 -> 메이지 정부에 해당하는 시대상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죠.

전국시대는 15~16세기의 약 100년간의 전란의 시대를 말합니다.

많이 들어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 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들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에게 특히 유명하죠?

조선을 침략했던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조선 침략도 실패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실권을 잡고 전국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1603년에 도쿠가와 막부가 등장하고 전국을 통일하죠.

이때부터가 바람의 검심에 나오는 도쿠가와 막부의 시작입니다.

(에도 막부라고도 하는데 에도는 지역 이름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하는 데에는 큰 전투가 있었습니다.

세키가하라의 합전 혹은 동서 합전이라고도 부르는 세키가하라 전투입니다.

일본 열도를 동북쪽과 서남쪽으로 나누어 동군과 서군이 전투를 치릅니다.

바로 이 전투에서 동군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를 한 것인데요.

그 배경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에 실패한 탓도 포함이 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근이 주축인 서군에 비해 동군은 병력이 온전했던 탓이지요.

이 전투로 인해 훗날 260여 년간 이어질 굳건한 마지막 막부 체제가 마련됩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중요한 승부나 운명을 결정짓는 시합을 두고 "이것이 우리의 세키가하라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네요.

아무튼, 마지막 막부인 도쿠가와 막부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바람의 검심에 해당하는 도쿠가와 막부 말기를 살펴보죠.

막부 말기 동란을 주도한 세력은 사쓰마, 조슈, 도사 번의 무사들입니다.

이들은 도쿠가와 막부에 가장 늦게 항복한 번인데 때문에 막부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중앙 진출에 제약을 받게 됩니다.

세키가하라의 합전에서 패한 서남쪽 지방의 번들은 도쿠가와 막부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는데요.

재밌는 점은 결국에 그들 중 일부인 사쓰마, 조슈, 도사 3개의 번이 메이지 유신의 주축이 된 것이지요.


이란 지방의 행정조직이라고 보면 됩니다.

당시 일본은 중세 유럽과 같은 봉건제인데 지방 귀족인 다이묘(大名)가 통치하는 범위를 말합니다.

다이묘는 막부의 지배자 쇼군에게 충성을 바치지요.

동시에 번은 꽤나 강력한 통제 수단이어서 이에 속한 사람은 누구든 함부로 탈번을 할 수 없었습니다.

탈번은 곧 반역 행위라서 탈번한 무사는 반드시 할복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막부 말 한 신선조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칼에 지다(아사다 지로)"는 그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소설인데요 "바람의 검"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다음에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853년 미국의 동인도 함대 사령관 M.C.페리 제독이 이끄는 흑선이 일본 바다에 등장합니다.

미 대통령의 개국 요구 국서를 가지고 온 것인데요 결국 막부는 개항하는 조약을 체결합니다.

그러나 이는 막부의 독단적 결정이었으므로 이 사건을 계기로 유신의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유신파는 존왕양이(왕을 높이고 오랑캐를 무찌른다)를 기치로 내세우며 막부와 본격적으로 대립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쓰마와 조슈의 사이가 틀어지고 사쓰마가 막부와 결탁하여 조슈를 교토에서 몰아냅니다.


시간은 조금 더 흘러 원래 양이파였던 사쓰마와 조슈는 서양 세력에 굴복하고 결국엔 개항파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번에는 막부를 몰아내고 권력을 천황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을 명분으로 세우고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존왕파로써 막부와 대립합니다.

이때에 신선조라는 집단이 등장하는데 원래는 쇼군의 호위무사로 창설되었으나 그 후에 교토 수비대로 활약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막부파이며 당시 교토의 치안을 담당하던 아이즈 번의 후원을 등에 업고 막부파로써 존왕파와 대립하지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이케다야 습격 사건이 있습니다.

왠지 낯이 익지요? 네 맞습니다.

추억편에서 신선조가 유신지사의 비밀 회합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켄신도 토모에와 피신하지요?

신선조가 습격한 장소가 바로 이케다야 여관이고 보통 이를 이케다야 사건(1864)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대세는 기울어 막부는 모든 권력을 천황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1867년 대정봉환입니다.

실질적으로는 사쓰마와 조슈가 권력을 잡아 신정부를 세우고 구 막부 세력을 완전히 축출하고자 하죠.

이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도바 후시미 전투(1868)입니다.

이 전투가 신 세력과 구 세력 간의 마지막 전투라고 보면 되는데요.

바람의 검심 본편에서 시시오 마코토의 교토 에피소드를 앞두고 사이토 하지메와 켄신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잠시 언급됩니다.

도바 후시미 전투 이후 십 년 만이라고 말이죠.

여담이지만 위에서 말한 "칼에 지다"나 "바람의 검"에서 도바 후시미 전투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선조의 처절한 투쟁을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구 막부 세력은 반군으로 몰렸고 결국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신식 무기의 신 정부군에 패배하여 260년 도쿠가와 막부는 끝이 납니다.

이로써 가마쿠라 막부 이후 700년간의 막부 체제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메이지 유신(1868)이 완성됩니다.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메이지 11년.

도쿄에서 켄신과 카오루가 만나며 바람의 검심 1화가 시작됩니다.


이후 일본 제국주의의 행보는 청일전쟁(1894)을 시작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2차 세계대전 참여.

결국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맞게 되지요(1945).


이상입니다.



바람의 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