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 듣고 보면 잡소리

 영화 줄거리

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지 1년이 되었으나 아직 굵직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있다.
노총각인 순호는 46살.
아버지의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지겹기만 하다.
파킨슨병 환자인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으며 그마저도 아버지의 보증 빚 때문에 형편조차 넉넉하지 못한 상태.

한편, 한 가정집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검찰은 이 사건을 가정부가 주인을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했다며 기소한 상황.

사건 현장에 있던 피고(가정부)는 주인을 살리려고 한 거라고 주장하지만 사건의 목격자가 있다.

길 맞은편에 살고 있는 여중생 임지우(김향기)가 바로 그 증인.

특이한 점은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가 자폐아라는 것.


로펌은 순호에게 국선 무료 변호로 이 사건을 맡게 한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사건에 민변 출신 깨끗한 이미지의 순호를 이용함으로써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것.


피고(가정부)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목격자(지우)를 찾아간 순호.

그러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지우와는 간단한 대화조차 힘겹기만 하다.

자칫하다간 자폐아의 증언만으로 무고한 사람이 살인의 누명을 쓰게 생겼다.

어떻게 하면 가정부의 억울한 누명을 밝힐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우의 마음을 열고 제대로 된 증언을 확보해야만 한다.


 익숙한 타락의 현장

순호는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 가슴속 한편에 정의감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대표의 눈에 들고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사실 대표 변호사가 되는 것 자체는 유혹이 아니다. 성공이 나쁜 건 아니니까 말이다.
단지 이 영화에서 성공과 권력이 악이라는 구조를 띠고 있는데 식상하긴 하지만 현실은 더 심하단 생각을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한가지 아쉬운 건, 검사나 변호사 혹은 권력가들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에 매번 등장하는 룸살롱 씬이다.
여지없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12세 관람가라 수위가 쌔진 않지만 정말이지 이젠 질려도 너무 질린다.
룸, 양주, 돈다발, 아가씨들.. 좀 과장해서 이게 안 등장하는 한국 영화를 언제 봤나 싶을 정도다.

그 세계에서 너무 흔한 일상이라 그걸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되는지.. 글쎄 잘 모르겠다.

잘 나가는 검사, 변호사, 기업가, 정치인이 등장할 때 제발이지 룸살롱 씬좀 그만 보고 싶다.

나는 이 영화가 좋다. 만약 별점을 매겨야 한다면 높게 줄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이 한 장면은 너무나 질리고 진부하다.

한국 영화에서 그만 좀 우려먹기를 바란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 혹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말이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비교되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가 최고로 중요한 가치인 현실에서 이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은 파장이 적지 않았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아니 조금 바꿔보자.

"나는 좋은 사람인가?"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세상 사람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느 쪽일까?
딱히 나쁜 짓은 안 하고 사는데..
아니 그렇다고 좋은 일도 딱히 하는게 없는데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내가 했던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물론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또 이럴 때면 항상 같이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책 보기를 좋아해서 소설도 꽤 보는 편인데, 특히 고전을 보고 있자면 한가함에서 오는 한심함이랄까.

자기 계발서를 보고 영어책을 보고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문학을 보고 있자면 순간 그런 감정이 생겨난다.

나만 한가하게 뒤처지는게 아닐까 하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나는?" 이라는 물음표를 찍어봄으로써 잠시나마 한가한 시간을 가져본다면 좋을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관련 작품

보통 자폐증이라 하면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과 같은 상태의 발달장애를 말한다.
이를테면, 대인기피 같은 사회적 상호관계의 장애, 의사소통 및 언어장애, 행동장애 등이 특징이며 대부분의 경우 정신지체를 동반한다.
극중 지우가 바로 이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녀인데 사실 좀 특이한 케이스다.
서번트라고 혹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서번트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정 영역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걸 말한다.
암산, 수학, 미술, 기억, 음악, 퍼즐 등 몇 가지 영역에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특출남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지우가 그 경우이다.
극 중에서 지우는 이상 청각을 가진 동시에 사진 기억력이 있는 서번트이다.
이런 서번트 증후군의 사례는 실제로 매우 다양하고 흥미로운데 때문에 영화화된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서는 몇 개만 단순하게 소개할 테니 흥미가 있는 분은 찾아보시면 괜찮을 것 같다.

그것만이 내 세상((Keys to the Heart 2017) - 음악 재능이 뛰어난 서번트의 이야기.
레인맨(Rain Man 1988) - 사진 기억력을 가진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
밀레니엄4 거미줄에 걸린 소녀((The Girl in the Spider’s Web 2017) - 수학, 미술에 뛰어난 동시에 사진 기억력을 가진 서번트가 등장. 2018년에 영화로도 개봉했는데 영화에서는 딱히 비중이 없다. 여러모로 원작 소설이 뛰어나니 소설 추천.
어카운턴트(The Accountant 2016) - 수학에 뛰어난 서번트가 회계사로 일하며 밤에는 킬러로 활약하는 이야기.

 영화 정보

증인


장르 : 드라마
개봉 : 2019.02.13
감독 : 이한
출연 : 정우성(순호), 김향기(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