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 듣고 보면 잡소리

영화 정보



제목 :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장르 : 드라마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출연 : 조니 뎁(길버트 그레이프 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어니 그레이프 역), 줄리엣 루이스(베키 역)

개봉 : 1994. 06. 11(국내), 1993(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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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역경과 고난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극복되고 치유되곤 한다.

아마 보통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전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그 반대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주인공 길버트에게 가족이란 오히려 짐.. 극복해야 할 고난과 구속 그 자체로 보인다.

비단 길버트뿐 아니라 그의 엄마와 동생 어니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살한 아버지.

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아빠진 집.

남편의 자살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수년간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간 적 없는 어머니. 그 모습은 가히 짐짝이라는 단어보다 적절한 건 없어 보인다.

책임감 강하고 생활력 강하며 동시에 착하고 천사 같은 첫째 누나.

주인공 길버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자폐를 앓고 있는 셋째 어니. 사랑 받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면에서 이들 가족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조금 철부지에 싹수없어 보이는 막내 여동생. 그러나 오히려 막내야말로 가장 현실성 있어 보였다.


어느 날 자살해버린 아버지.

그 충격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어머니.

그 아버지가 남긴 낡은 집.

자폐아 동생 어니.

이 모든게 길버트와 누나 그리고 막내에게 짐이며 역경이다.

매 순간,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견뎌내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려 보인다.

그런 주인공에게 어느 날 낯선 만남이 찾아온다.

캠핑족 여인과의 만남인데 길버트에게 탈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그녀와 먼발치에 서서 집을 바라보는 모습은 그녀가 마치 고립된 길버트를 세상과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에서는 넓었는데 이렇게 밖에서 보니 참 작아 보인다" 

는 대사가 그런 관점에서 아주 와 닿는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낡은 집을 태우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해체됨으로써 당장에 힘들고 고단했던 현실이 어느 정도 해소됨을 느꼈다.

물론 주인공 길버트에겐 어니가 함께하고 앞날은 알 수 없겠지만 당장의 갈등과 고난, 역경이 가족 해체라는 과정을 통해 약간이나마 해소가 되고 서로가 각자 한 발짝씩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어쩌면 우리가 상당수 접해왔던 가족의 화합과 사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갈등이 해소되던 이야기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할 수 있겠다.

적어놓고 보니 생소하고 특이한 전개 같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감정적으로 전혀 생소하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행복한 결말처럼 느껴지며 끝마친다.

영화 전반에 깔린 스토리인 가족 드라마라기보단 틀을 깨고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서로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성장 스토리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보는 내내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겨우 스물도 안 되는 나이였을 텐데 진짜 자폐아인 것 같단 착각이 들 정도로 연기가 일품이었다.

디카프리오가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에서 꽃 미모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것보다 3년 정도 앞선 작품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길버트 그레이프를 개봉 당시 봤다면 어니라는 소년을 보고 불과 몇 년 후의 디카프리오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