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 듣고 보면 잡소리

영화정보


제목 : 캡틴 마블 (Captain Marvel)
장르 : 액션, SF
감독 :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출연 : 브리 라슨(캐럴 댄버스 / 비어스 / 캡틴 마블), 사무엘 L. 잭슨(닉 퓨리)
개봉 : 2019.03.06

줄거리

크리족 전사 비어스는 동료들과 함께 스크롤족에 심어두었던 스파이를 구하는 임무에 파견된다.
그러나 임무 수행중 또 다른 음모에 휘말리면서 뜻하지 않게 지구로 불시착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1995년.
지구에 불시착한 비어스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쉴드요원 닉 퓨리에게 발각되고,
그 둘은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 침입에 함께 맞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 동안 잊혀졌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데
기억을 찾아갈수록 숨겨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리뷰

간만에 만족스런 히어로 무비를 본 것 같다.
요 몇 년간 어벤저스3(인피니티 워)을 제외하곤 여러 히어로물들(블랙팬서, 앤트맨2, 데드풀2, 아쿠아맨, 저스트스 리그, 원더우먼)에 그닥 감흥이 없었다.
한 해에도 수 편씩 쏟아지는 히어로 영화에 지쳤다고나 할까.
뻔한 스토리, 비슷한 설정, 이제는 당연한 수순이 돼버린 내적갈등, 개성이 없는 저마다 따라하기 바쁜 유머코드.

지난 십여년간 히어로물 프렌차이즈 시대에 살면서 이 모든게 너무 식상해져버렸다.
정말이지 이제는 왜만한 능력, 액션, 그래픽, 유머, 스토리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게 됐다.
S클라스를 타다가 그랜저가 눈에 들어올리 없지 않은가.
처음엔 그랜저만 타도 좋았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실 그랜저만 돼도 여전히 그럭저럭 먹히기는 하는데 개중엔 아반때 소나타도 있는게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캡틴 마블. 뭐 다른게 있는거야?
아니다. 캡틴 마블 역시 위에 말한 식상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선과 악이 드러나면서 자아를 찾고 내면의 싸움을 통해 히어로로 거듭나는 전개.
그 속에 군데군데 가미된 유머 트랜드.
딱히 신선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그럼 뭐가 만족스거운거지?

한마디로 소름.
보는이로 하여금 소름 돋게끔 하는 장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대로 우리는 이미 히어로물에 너무 익숙해 있다.
영화가 아무리 스토리가 치밀하고 스케일이 대단하더라도 우리로 하여금 전율하게 만드는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적어도 히어로물에서 소름돋는 순간이 한 장면이라도 존재한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어벤저스3 인피니티 워에서 토르가 스톰브래이커를 들고 와칸다 하늘에서 떨어졌을때의 전율을 기억하고 있다.
BGM 마저도 관객을 압도해버렸으며 브링 미 타노스를 외치며 돌격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또 보고싶은 최고의 1분이 아닐까 싶다.

비슷한 예로 배대슈(배트맨 vs 슈퍼맨)에서 원더우먼의 등장씬 역시 그 자체로 소름이고 완벽했다.
역대 최고의 등장씬이고 이 짧은 장면이 영화를 살렸다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

캡틴 마블에서도 이런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존재한다.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다시 보고싶단 생각이 들지만
각자 취향이나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아닌 이야기 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글을 읽는 분들은 감안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어벤져스 Avengers 의 탄생

캡틴 마블의 원래 이름은 캐럴 댄버스이다.
과거 공군시절 캡틴 캐럴 어벤저 댄버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퓨리가 여기서 영감을 얻어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크리족 이름인 비어스 역시 본명에서 비롯됐음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캡틴 마블이란 이름도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반가운 등장인물



영화의 배경은 1995년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 동안 보아왔던 등장인물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데, 닉 퓨리와 콜슨요원이 그러하다.
특히나 어벤져스1에서 로키가 찔러 죽여버렸던 콜슨요원을 다시 볼 수 있다.
큰 비중은 없지만 영화 구석구석 등장하며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인물이기에 등장만으로 반가움이 있다.
(사실, 미드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서 환생 후 어마무시한 활약을 하고 있다는걸 아시는 분들은 아실테지만..)

외에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빌런으로 등장해 파워스톤을 노리던 로난과 그의 부하도 볼 수 있다.

퓨리가 한쪽 눈을 잃은 사연

윈터솔저였나..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당해 한쪽 눈을 잃었다던 퓨리.
퓨리의 애꾸눈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확인할 수 있다.

퓨리 호출기에 대한 사연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쿠키에서 퓨리는 호출기를 남긴채 사라져 갔는데 이 호출기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 호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퓨리가 어떻게, 왜 그 호출기를 가지고 있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왜 이제야 등장한 이유도 짐작 가능하다.

관련해서 캡틴 마블이 통신 장비를 다루는 기술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아마도 크리족에서 얻은 지식이 아닐까 싶다.
어벤져스4에서 이 지식을 바탕으로 앤트맨의 양자영역이나 시간여행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신박한 연출 기법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법으로 액자식 구성이 있다.
보통 과거 회상씬에 많이 사용하는데 이 영화 역시 그러하다.
잘만 사용한다면 짜임새 있고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지만 경험상 남발하는 경우 혼란을 가저오기도 한다.
특히 히어로물에서 과거회상을 남발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경험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이는 보는이로 하여금 굉장히 지치게 만들 뿐 아니라 집중에 굉자한 방해로 작용한다.

혹은 인물에 대해 과거의 백그라운드를 만들어주는 장치로 마치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장황한 설명을 하는 굉장한 설명충의 영화가 되기 쉽다.
스토리를 쉽게 만들 수는 있겠으나 캐릭터의 입지를 굳히고 입체감을 살리는 효과에 대해서는 글쌔.. 와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캡틴 마블 역시 MCU 에 갑툭튀한 캐릭터이므로 이 작업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특이한 연출로 지루하다거나 진부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과거를 풀어가고 거부감 없이 MCU에 새 캐릭터를 끼워넣는 연출을 영화를 보고 경험해보시기 바란다.

캡틴 마블 얼마나 쌘거야?


개봉 전부터 MCU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가 될 거란 말을 많이 봤었는데 직접 보고나니 이해가 됐다.
영화를 보기전엔 크리족이 강력한 종족이고 캡틴 마블이 사고로 크리족이 되면서 강해지는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파란색 피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은데 캡틴 마블의 파란피는 크리족과 무관해 보인다.
아무튼 기연으로 인해 초인이 되는데 우주 전투씬은 가히 압도적이다.
특히 각성한 모습은 마치 드래곤 볼 슈퍼에서 신승수의 극의로 각성한 손오공과 오버랩되며 소름이 돋았다.

크리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에이전으 오브 쉴드에서 봤던 크리족은 나쁜놈들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기다리면서 "뭐지?" 하는 혼란이 생겼었는데 아마 나처럼 이런 분들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 자연히 궁금증이 해소된다.

구스


긴 말 필요없다.
이 고양이를 주목하라!

그래픽의 아쉬운 장면

이미 히어로물에서 CG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화려하면서 동시에 사실감이 있어야 한다.
즉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비현실적이면서도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
화려하지 않으면 임팩트를 줄 수 없고 티가나면(너무 CG스러우면) 몰입이 깨진다.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극 중에 너무 CG를 남발하여 몰입이 깨진 순간이 있었다.
크리족에겐 정신을 지배하는 신적인 장치가 있다. (정확한 명칭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장치를 통해 캡틴 마블 내면에 있는 절대자와 마주하는 장면이 몇 번 있는데 이때마다 몰입이 깨졌다.
마치 중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CG느낌 이었달까.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 절대자도 손발이 오그라들..

액션의 아쉬움

손발이 부딪히는 육탄전은 별로 없는 영화다.
아니 액션 자체가 많지 않은데 사실 이 영화에서 액션의 양은 그다지 중요하다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양이 적어서 아쉽다는 느낌은 없다.

아쉬운 점은 CG가 아닌 육탄전의 동작 자체가 좀 어설픈 느낌이었다.
짜여진 합이 너무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영화 초반 훈련씬에서 특히 그렇다.

자연히 블랙위도우와 비교가 되는데 연출의 문제인지 배우의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블랙위도우의 액션은 여자치고 괜찮은게 아니라 그냥 훌륭하다.

또 한가지.
개인적으로 이건 좀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달리는 장면의 어설픔이다.
이건 블랙위도우도 마찬가지인데 액션씬이 많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연히 달리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근데 너무... 달리는 모습이 여자여자 아기자기해서 볼 때마다 몰입도가 깨져버리곤 하는데 이 영화도 그러했다.
과격한 액션이 난무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그래버리면 너무 이질감이 생기는데.. 내가 너무 민감한건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근데 이 문제는 캡틴 아메리카도 마찬가지여서 딱히 여성캐릭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혈청이 주입된, 일반인 비교 몇 배나 뛰어난 근력을 보유한 캐릭터이다.
펀치 한방으로 샌드백을 날려버린다거나 한 손으로 들기도하며 이륙하는 헬기를 잡기도 한다.
그런데 전투 중 달리거나 차량, 구조물을 뛰어넘는 장면들에서 딱히 그런 파워가 안 느껴지곤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극단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게 어벤져스3 와칸다 전투에서 블랙팬서와 캡틴이 달려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설정상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주연 배우의 구설수


브리 라슨이 페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좋지않은 얘기가 있는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테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남성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게 사실인데 개인적으로 영화와 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자세히 검색해 본 적이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극 중에선 배우의 성향이 문제 될만한 장면이 없다.
물론 하나하나 굳이 의미를 부여하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예컨데, 남녀갈등 외에도 스크롤족을 난민문제로 귀결시키는 분들도 있던데 이 영화에서 굳이 그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유명 스타의 사생활에 대해서 우리가 전부 알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궁금하기야 하겠지만.. 사실상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을 것이다.
지나치게 사치스럽거나 문란하거나 이런 것들 말이다.
굳이 이해할 필요 없다고 보고 배우와 캐릭터를 구분 지으면 되지 않을까.

간단하지 않은 이유야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히 말해 보고싶으면 보면 된다.
반대로 싫으면 안 보면 되고.
다만 영화가 아니라 배우가 싫어서 안 본다면 어벤져스4도 안 볼건가?

어벤져스4 전에 꼭 봐야하는 영화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캡틴 마블을 안 봐도 어벤져스4를 보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와는 별개의 독립 히어로물로 보는게 맞는데 다만 이런건 있다.

어벤져스4에서 캡틴 마블이 갑툭튀가 되지 않도록 연결해주는 다리역할 정도는 하고 있고
무엇보다 여태껏 구축해 놓은 MCU 곳곳과 연결되는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몰라도 상관 없지만 보고나면 "아.. 그런거구나.." 하는 것들.
개인적으로 이런 사소한 것들에 참 소름 돋는다.
정말 아주 맨 처음 아이언맨 개봉부터 다 짜여진거라 생각 될 정도로 말이다.

쿠키영상

영화가 마무리 될 즈음 어벤져스4에서 캡틴 마블이 합류할 것을 생각하며 히어로들이 만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짜 갑자기 소름이..
이거야 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
참고로, 쿠키는 두 개 이다.

총평

엄마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