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 듣고 보면 잡소리

안녕하세요. 듣보잡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했습니다.

일 년 만이라서 어색하고 낯설기도 합니다.

"내가 일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고 글을 썼었구나.."

지난 포스팅을 보고 있으면 이런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네요.

블로그를 한다는 것에는 이러한 장점도 있다는 걸 배우기도 합니다.

잊고 살았던 나의 과거를 어느 날 문득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저처럼 무심히도 완전하게 일 년이나 잊고 살았어도 말이죠.

사실 몇 개 안 되다 보니 별로 추억할 게 많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일 년 전의 마지막 글을 보니 책 리뷰를 작성하다가 저장해 놓고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내 블로그 캡처


제가 사용하고 있는 스킨의 제작자인 '친절한 효자손'님의 저서였습니다.

'친절한 효자손의 구글 애드센스 고수익자 되기 리뷰' 네요.

당시에 근처 도서관에 해당 도서를 구입요청 하고서 기다렸다가 대출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기억에서 지워져서 이어서 작성하기는 불가능하겠네요ㅎㅎ

그냥 삭제해야겠습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블로그를 운영할 계획을 나름 거창하게 준비했었던 것 같습니다.

비교적 간단히 작성할 수 있는 영화나 간단 정보 포스트를 당장 작성하면서,

사실은 주력 콘텐츠로 하고 싶었던 세계사나 기억에 대한 기록 카테고리는 시작하기 전에 좀 더 면밀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게 그런 와중에 사용하던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흔한 말로 데이터를 날려 먹었는데요, 정확히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핑계겠지만 나름 너무 거창하게 준비했기 때문일까요. 한순간에 힘이 빠져버렸습니다.

뭐 대단한걸 해놓은 게 아니었지만,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내 안에 있던 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처음엔 살려볼 희망을 가지고 방법을 찾아 봤지만 결국 불가능했고, 현실을 받아들이고서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스트레스더라고요.

하루 이틀 미루다가 한주 두주가 지나고 나니 블로그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습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기억에서 지워버렸습니다.

그랬던 적이 없던 것처럼 정말 일 년 동안 아예 생각도 안 했고 단 한 번도 블로그를 접속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따금 블로그 생각이 났는데 떠올리는 것 자체로 가슴이 먹먹해져서 애써 떨쳐 내려고 했지 접속해 볼 엄두도 못 냈습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는 것 같았으니까요.

왜 그렇게까지 감정적으로 힘들었는지 참...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그때의 나를 반면교사로 삼고 백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작가 김영하 선생이 그랬더랬죠.. 글을 쓰는데에 가장 중요한 게 뭐냐 물으니.. 첫째도 백업, 둘째도 셋째도 백업이라고. 


며칠 전에 용기 내어 접속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달라져 있을 것도, 대단한 것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차려놓은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군요.

다만 놀라운 것은, 그 1년 동안 4만 명이나 방문자가 있었더군요.

일평균 200명 정도가 현재 방문하고 있고요. 좀 의외였습니다.

내 기억엔 당시 나 말고는 오는 사람이 없었고, 너무 당연한게 포스팅도 몇 개 없었고 Daum 말고 Naver나 Google은 아예 검색조차 안 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건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건지 지금은 다양하게 여러 군데에서 접속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웹마스터 도구를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일단은 간단하게 티스토리 통계에서 그렇게 확인이 됩니다.

참 우연하게도 일 년 만에 접속한 바로 그 하루 전날에 누군가가 제 포스팅에 질문을 남겨놨더군요.

신선한 자극이 왔습니다. 


요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다시 해볼까를 말이죠.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해보자는 결심이 생겨서이기 때문이겠죠ㅎㅎ

다만 거창한 준비는 안 하려고 합니다.

소소하고 사소하게 하나하나 쌓아가고, 당장은 정말 취미처럼 부담 없이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대로 앞으로 변해갈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계획이 없는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사실 이런 글이야 누군가가 봐줄 리 없겠지만 일기처럼 기록에 의미를 두고 작성해봅니다.